이 책은 한국인의 문화적 사고 변방인 이슬람 문화권의 풍자 문학을 다뤘습니다. 아마 책을 읽는 대부분의 한국인은, 평생을 살아오면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시야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기독교를 중심으로 구성된 서구 문화권에 몰입된 환경에서는 전혀 접근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를 독자 여러분께 선물합니다.
책의 서문만 읽어도, 가볍게 한 권의 책을 팔아 먹기 위한 광고 문구가 아님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문>
물라 나스레딘 호자를 지칭하는 방법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어떤 곳에서는 ‘호자’로 불리지만, 다른 곳에서는 ‘코자’로 불리기도 하며 ‘ 주하’, ‘고하’, ‘조하’로 불리기도 합니다. 나스레딘 또한 나스루딘, 나스리딘으로 불리는 지역도 있으며, 이름 앞에 ‘물라(몰라)’라는 존칭의 의미가 붙어 ‘호자’가 빠진 채 ‘물라 나스루딘’으로 불리기도 하고, 때로는 그냥 ‘물라’로 불리기도 합니다.
호자의 인문지리 영역이 중국 서부와 아프가니스탄, 투르크메니스탄, 그리스를 포함한 코카서스와 발칸 반도, 터키, 카자흐스탄, 시베리아 남부, 아라비아 전체와 북아프리카, 동아프리카 일부를 포함, 파키스탄과 인도의 무슬림 세계를 중심으로 펼쳐지니, 각 지역을 통과하는 과정에 조금씩 변형된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편저자의 판단으로는 한반도 역시 물라 나스레딘 호자의 인문지리 영역에 들어 있습니다. 한반도 역사 속에서 호자의 이야기를 가장 호자스럽게 활용했던 이가 바로 우리 역사의 최고 모범생으로 3 알려진 황희 정승이었으니까요. 어쩌면 황희 정승은 후대의 김삿갓은 명함도 내밀기 힘들 정도의 고차원적 트릭스터였을 가능성이 보입니다.
호자는 이슬람 세계를 중심으로 한 아랍권에서는 매우 중요한 인문학적 지위를 가진 인물입니다. 튀르키예(터키)에서는 매년 7월 ‘ 나스레딘 호자 축제’가 열리며 유네스코는 1996년을 ‘나스레딘 호자의 해’로 선포하기도 했을 정도로, 이슬람 세계에서 호자는 풍자 문학의 대표 인물입니다. 2022년 유네스코는 나스레딘의 이야기를 인류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했습니다.
아랍 세계에서 그의 위치는 서구의 이솝과 비슷하지만, 이솝과 다른 점이라면 호자의 이야기는 보다 더 어른들을 위한 해학과 풍자가 주요 소재라는 부분입니다. 호자의 행동은 비논리적이면서도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지만 비이성적이며, 기괴하면서도 정상적입니다. 그뿐 아니라 날카로운 지적이 포함되어 있으면서도 어리석고, 심오하면서도 단순하며, 때로는 교활합니다.
이렇게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뜸을 들이기 보다는, ‘물라 나스레딘 호자’ 형식을 맛보기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날 호자는 스승이 되어 모스크에서 설교를 하게 됐다. “내가 당신들에게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는가?” 사람들이 일제히 “아니오” 라고 대답하자, 호자는 실망한 표정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모스크를 떠났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설교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소.”]
[호자는 다음 날 또 다시 초청을 받아 연설을 하게 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제 “아니오”라고 대답한 결과, 호자가 연설을 하지 않고 떠난 것을 기억해 이번에는 일제히 “네. 알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호자는 또 다시 실망한 표정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모스크를 떠났다. “여러분이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다니, 더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소.”]
[삼 일째 되는 날, 사람들은 의논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중 절반은 스승님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지만, 다른 절반은 스승님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자 호자는 빙그레 웃는 표정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모스크를 떠났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는 절반이, 다른 절반의 사람들에게 ‘나의 말’을 전해주도록 하게.”]
이제 책을 읽다 보면 느끼겠지만, 나스레딘 이야기의 일부는 한국인 통상의 관점에서 거부감이 생기는 내용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정형화됐다는 비판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이슬람권에 구전되는 호자의 이야기는 대략 1천 개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이 책에서는 그 중 엄선된 내용들로 구성했습니다. 다만 전승에서 호자로 전해진 이야기는 호자로, 물라로 전해진 부분은 물라로, 나스레딘으로 전해진 부분은 나스레딘으로, 나스루딘으로 전해진 부분은 나스루딘으로 표기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문화적 사고 변방인 이슬람 문화권의 이해 접근에 미력의 도움이라도 닿기를 희망합니다.
편저자 이준엽
<목차>
1.나스레딘의 정직한 밀수
2.호자의 당나귀
3.호자와 독심술
4.호자의 편지
5.나스레딘의 반지
6.호자와 학자
7.호자의 안심
8.나스레딘의 판결
9.호자의 꿈
10.호자의 치료법
11.나스레딘의 판단
12.솔직한 나스레딘
13.염소와 나스루딘
14.나스루딘과 나스루딘
15.나스레딘과 왕의 식사
16.나스루딘과 꿈
7
17.나스루딘과 터키탕
18.나스루딘과 과묵한 아내
19.나스루딘의 정직한 평가
20.나스레딘과 후회
21.나스레딘의 깨달음
22.나스루딘의 기쁨 처방
23.나스루딘과 목수
24.나스루딘의 정직한 아들
25.나스루딘과 당나귀
26.나스루딘의 현명한 판결
27.나스루딘의 진심
<쉬어 가는 마당-트릭스터>
28.나스루딘의 복수
29.나스루딘의 논리
30.호자의 식초
31.나스루딘의 부부 싸움
32.호자와 관
33.호자와 임기응변
34.나스루딘과 가난
8
35.호자의 당나귀 다루기
36.고지식한 나스루딘
37.호자와 거룩한 집
38.나스루딘의 왕좌
39.물라 나스루딘의 근심
40.나스루딘의 왕
41.나스루딘의 경주
42.나스루딘의 거래
43.호자의 변명
44.나스레딘의 인색함 탈출 방법
45.나스레딘의 도둑 교육법
46.나스레딘의 비논리적 논리
47.당나귀와 아내
48.나스레딘의 운명학
<마치며>
독자는 이 책을 보기 전과 본 후의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발견하는 진기한 경험을 얻을 수 있습니다. |
물라 나스레딘 호자의 이야기는 고대에서 시작되어 지금도 새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어느 한 시대의 풍자로 끝나지 않는 게 나스레딘 문학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나스루딘과 같은 인물을 문학 속에서는 ‘트릭스터’라고 합니다. 트릭스터(Trickster)는 종종 사기꾼으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상징성을 가진 혁신가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다른 방식에서는 장난스럽거나 교활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로 묘사되기도 하죠. _66p
물라 나스레딘 호자의 이이기는 고려 말 조선 초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흥미 있는 부분이죠.
저자 소개:이준엽. 건국대학교 철학과.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며, 북두문학의 발행인이다. 주요 저서로 <미술 디자인 입문 ‘색상 기 초’>, <사일런트 세일즈맨 ‘컬러’>, <소설 알라딘>, <아프리카 동화>, <마한-잊혀진 역사의 조각>, <사람돈물>, <소월맛집 ‘ 진달래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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